‘효모 인생 40년’…“앞으로도 ‘효모’와 함께 할 겁니다”
‘효모 인생 40년’…“앞으로도 ‘효모’와 함께 할 겁니다”
  • 안용찬 기자 ( aura3@thekbs.co.kr)
  • 승인 2019.09.17 15:41
  • 매거진 : 2019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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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학교 화공생물공학과 박장서 교수

[더케이뷰티사이언스]  “교수님, 시원, 섭섭하시겠습니다.” 지난 6월 11일 동국대학교에서 만난 박장서 교수(화공생물공학과)에게 기자가 건넨 인사였다. 박 교수는 웃으면서 말했다. “딱 맞는 표현 같네요~.” 박 교수의 말끝이 왠지 길게 느껴졌다. 아쉬움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이 날 인터뷰에서 그는 직장인 시절과 교수생활,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을 ‘효모’와 ‘세라마이드(Ceramide)’를 중심으로 풀어놓았다. 그는 14년 동안 교수, 교수님으로 호칭되었지만, 그는 천생(天生) 연구원이었다.

Q. 동국대학교에서 마지막 강의를 하셨다고요. (박 교수는 지난 7월 30일 정년 퇴임했다.)

A. 지난 6월 7일 동국대학교에서 학부생을 대상으로 강의를 했어요. 화공생물학 개론인데 ‘생활속의 바이오테크놀로지’를 주제로 잡았습니다. 부제는 ‘효모이야기’로 달았어요. 첫 직장에서도 효모를 연구했고, 박사 학위도 효모로 받아서 마지막 강의도 효모를 선택했지요. 미생물학과를 졸업 후 그동안 효모만 연구했네요. 그러니까 ‘효모 인생 40년’이군요. 학부를 마치고 OB맥주연구소와 태평양화학에 동시 합격했는데, 선배가 강력하게 끌어 당겨서 OB맥주연구소에 입사했어요. 태평양화학에 갔으면 한국콜마기술연구원 강학희 원장과 동기였을거에요. OB맥주연구소에서 효모를 연구하다보니 학사 학위로는 부족하다 싶어서 입사 9년만에 다시 공부했습니다. 마침 미국에 석사 과정 없이 박사로 들어갈 수 있는 미국 University of California, DavisUC Davis에서 미생물학을 공부했어요. 공부를 마칠 무렵에 두산에서 복귀하라고 해서 1995년 5월쯤 귀국했지요. 연구원 생활을 다시 시작하면서 세라마이드 연구를 시작해 개발에 성공했어요. 개발자로서 기술영업을 담당하면서 직접 발로 뛰면서 국내 시장 및 국제시장에서 사업화를 이끌기도 했지요. 하지만 화장품 소재사업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고, 두산과 같은 대기업에서 주목 받는 사업 영역은 아니였어요. IMF를 전후해서 두산이 사업 영역을 중공업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연구원 조직을 대폭 줄이더군요. 마침 산학협력이 중요하게 여겨지면서 산업계 인력들이 학교로 많이 옮겨가던 시기였습니다. 그때 세라마이드를 개발한 성과를 인정받아서 2005년도에 동국대 화공생물학과 부교수로 왔어요. 그 때가 51살이었네요. 학교로 온지 벌써 14년째군요. 그동안 박사 4명, 석사 12명을 배출했어요.

Q. 세라마이드를 처음 개발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A. 효모를 연구하다가 세라마이드를 개발했어요. 어느날 유니레버코리아에서 연락이 오더군요. 유니레버(Unilever)가 엘라자베스 아덴(ElizabethArden)을 보유할 때인데 세라마이드를 처음으로 내세운 세라믹 캡슐 화장품을 만들어서 비행기 안에서 많이 판매할 때입니다. 당시 네덜란드의 빵 효모 전문기업인 지스트 브로케이드(Gist-Brocades)가 사내 벤처로 코스모펌(Cosmoferm)을 만들어서 효모 발효를 통한 세라마이드를 개발했어요. 유니레버 입장에서는 세컨드 서플라이를 확보해야 안정적으로 생산과 유통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는지 나한테 연락이 온거에요. 그래서 유니레버 본사 (미국 뉴욕) 초청을 받아 미팅후 비즈니스를 진행했습니다. (박장서 교수는 1995~1998년 두산바이오텍에서 △고향기 청주효모균주 △고향기 맥주효모균주 △효모균주(세라마이드 생산균주)를 특허출원하며 효모발효 세라마이드를 개발했다. 스핑고리피드(Sphingolipids) Long chain base에 수소(Hydrogen)가 붙은게 세라마이드다.)

Q. 특허 분쟁도 있었다던데요.

A. 모균주가 동일해서 오해를 받은거에요. 미국 농무성이 1950년대에 남미의 과일을 채취해서 균주은행에 기탁했던 것을 사용했어요. 그런데 특허권자측이 침해를 주장하며 갖은 협박과 회유를 해왔습니다. 일본 오사카 생화학전문 특허 사무실에 사건을 의뢰했더니 특허 침해가 아니라는 점을 증 명해 주었어요. 결국 문제없다는 결론이 났습니다. 그 때 특허에 대한 중요성을 알았어요. 일본 특허사무소는 핵심을 정확하게 알아요. “딱 짚어요.” 우리나라도 특허 기술에 대한 대비와 지원이 필요해요.

Q. 당시 세라마이드 원료 비즈니스가 쉽지 않았다고 들었습니다.

A. 우여곡절도 많았어요. 기존에 세라마이드를 생산하고, 판매하던 기업 입장에서는 두산이 세라마이드를 개발했다고 하니 위협 요소가 된것이지요. 그래서 세라마이드 원료 비즈니스를 정착시키는데 쉽지 않았어요. 세라마이드를 홍보하기 위해 아토피 크림을 만들었는데 놀랄만한 임상 결과가 나왔어요. 약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어요.(박 교수는 미소를 띄었다) 그 무렵 두산은 소비재 산업에 손을 떼고 중공업 쪽으로 넘어가고 있어서, 외부 제약 기업에 유통을 맡겼는데 의약분업이 이슈가 될 때라 영업 조직이 흔들리다 보니 성공하지 못했어요. (박 교수는 지난 5월 17일 대한화장품학회 춘계 학술대회에서 “두산에서 세라마이드 사업이 단일품목으로 많이 늘었다고 한다. 국내에서 화장품 소재로 사업화해 성공한 대표적 케이스다. 세라마이드 연구가 더욱 의미가 있는 것은 요즘 환경적 이슈로 인해 ‘지속가능한 소재의 개발’이 화두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Q. 원료 비즈니스가 어렵군요.

A. 원료 비즈니스는 원료만 팔아서는 안되요. 예를 들어 화장품 기업 포뮬레이터는 원료를 다루기 힘들어 할 때가 많아요. 그래서 다른 서비스도 해주어야 합니다. 지금도 국내 원료업체들이 당면한 문제는 기술을 갖고 있거나 소재만 생산해서는 경쟁력이 없어요. 기술과 소재를 적용할 수 있는 여러 타입의 제형에 맞도록 어느 정도 솔루션까지 제공해 주어야 하거든요. 원료를 제품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력도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국내 원료 시장은 너무 좁아요. 해외로 나가야 해요. 그러려면 글로벌 기준에 맞는 기술력도 필요합니다. ‘인-코스메틱스 코리아’에 참가하는 국내 기업 가운데 해외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춘 회사들이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다만 글로벌 시장에서 요구하는 수준의 데이터를 갖고 있어야 합니다. SCI급 논문에 게재할 만한 수준이어야 해요.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데이터를 잘 만들어야 하는데, 우리나라 소재기업이나 임상 평가기관 가운데 아직은 여러 면에서 글로벌 수준에 미흡한 데가 여전히 많이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정부의 임상 및 평가 분야 지원이 필요합니다. 원료 기업들이 조합을 만들어서 공동으로 소재의 효능평가를 인비트로(in vitro)와 인체수준의 효능평가를 진행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지난해 10월말 해체된 글로벌코스메틱연구개발사업단에서 공통기반구축 사업의 일환으로 임상 및 평가센터를 구상하기도 했는데 진행하지를 못해 아쉽습니다.

Q. 글로벌코스메틱연구개발사업단이 해체되었는데요.

A. 보건복지부 지원으로 서울과학기술대에 있던 그린코스메틱스센터를 확대해서 2010년 12월 1일 글로벌코스메틱연구개발사업단이 출범했습니다. 공식 출범할때 예산은 기존의 그린코스메틱스센터 예산 20억을 포함해 59억원으로 시작했어요. 매년 69억원, 100억원, 120억원으로 늘어서 사업기간인 8년 동안 정부 예산 700억원이 투입된 큰 사업이 되었습니다. 정부가 국가 사업으로 화장품업계를 지원한 최초 사례였어요. 2010년 11월 1일부터 2018년 10월 31일까지 단장을 맡아 개인적으로도 영광이었고, 많은 경험을 했어요.

Q. 글로벌코스메틱연구개발사업단의 성과는 무엇인가요.

A. 글로벌코스메틱연구개발사업단이 출범한 계기 중의 하나는 한국과 EU의 FTA 협상이었어요. 이게 발효되면 한국의 농업과 화장품산업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컸어요. 그래서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을 설립해 각종 수출 인프라 교육과 비 R&D 분야를 지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또 한 가지는 ‘기술력’ 확보였습니다. 2007년 조사 결과에서는 한국 화장품 기술 수준이 선진국에 비해 67% 정도였어요. 글로벌코스메틱연구개발사업단의 목표는 선진국의 90%까지 기술 수준을 끌어 올리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업 1단계인 2010~2014년에는 기술추격형 과제지원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동시에 기업의 기술 수준을 단기간에 향상시키기 위해 기술을 리드하는 대학이나 정부출연연구소를 반드시 포함시켜서 산학연이 함께하는 컨소시엄을 구성하게 했어요. 이 정책은 국내 기술력을 향상시키는데 큰 효과를 보았다고 판단합니다.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진 분들이 화장품산업에도 관심을 갖게 했다는 점도 큰 성과입니다. 피부과 의사나 생명과학, 화공과, 기계과 교수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화장품산업에 참여하면서 화장품산업 기술의 폭과 깊이가 향상되었어요. 큰 자산이에요. 그런데 글로벌코스메틱연구개발사업단이 종료되면서 그동안 쌓아둔 기술력과 대학의 연구인프라가 위축될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앞으로 1~2년 내에 지원 문제가 해결 안되면 제자리로 갈 위기에 처해 있어요. 정부의 R&D예산 심의위원들이 화장품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것도 안타깝습니다. 아직도 화장품을 사치품이라거나 연구가 필요한 분야가 아니라고 보는 인식도 있어요. 화장품산업에서 R&D가 줄면, 성장하기 힘들어요.

Q. 글로벌 연구 트렌드도 많이 파악하셨지요?

A. 글로벌코스메틱연구개발사업단 활동의 일환으로 세계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트렌드를 파악해 국내에 소개했어요. 2013년부터 떠오른 이슈는 지속가능성인데, 나고야의정서와 맞물리면서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요. 천연추출물 원료의 40% 이상이 식물에서 나온 것이라 자연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것이지요. 이제는 글로벌 기업이 되기 위한 기본적인 조건이 공익적 마인드에요. 사실 식물성추출물은 기술적으로 쉬운게 아닙니다. 식물은 지역이나 계절적인 영향을 많이 받고, 활성성분의 함량은 소량에 그치기 때문이지요. 지속가능성 논란도 계속되니까요. 그래서 최근에는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바이오테크놀로지(Biotechnology)가 부각되고 있어요. 미생물 발효인 것이지요. 전통적인 발효기술이 이제는 첨단의 합성생물학으로 발전되어 화장품소재의 개발영역에도 응용되기 시작했습니다.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유전자변형 농산물) 이슈만 없다면 이 분야가 큰 역할을 할 겁니다. 식물공장, 조직배양도 포괄적인 의미에서 바이오테크놀로지에요. 세라마이드도 바이오테크놀로지로 볼 수 있어요. 감성화장품도 주목 받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안티에이징 화장품의 효과에 대해 의구심을 갖기 시작했으니까요. 그래서 색깔이나 향과 접목한 뉴로코스메틱스(Neuro-Cosmetics) 분야도 주목할만 합니다. 프랑스의 어느 기업은 향을 개발할 때 뇌파 검사나 피부온도 변화를 함께 연구하기도 해요.

Q. 앞으로 연구를 계속 하셔야죠.

A. 지금 생각해보면, 그동안 세라마이드만 연구했네요. 어떤 분은 “세라마이드를 그만 우려먹으라”고, 농담을 하시더군요.(웃음) 사실 세라마이드를 본격적으로 연구한 것은 얼마 안되었어요. 글로벌코스메틱연구개발사업단 초기에 단장은 과제를 할 수 없다고 해서 3년차부터 가능했어요. 그래도 글로벌코스메틱연구개발사업단 일이 안정화되고서 최근 3~4년 동안 세라마이드를 집중적으로 연구할 수 있었습니다. 세라마이드는 연구할 게 더 많은데 이제 학교를 떠나네요. (박장서 교수가 2014년 발표한 논문 ‘A nuclear factor kappa B-derived inhibitor tripeptide inhibits UVB-induced photoaging process’는 JDS 에디터가 선정한 주목할 만한 논문 6편에 선정됐다. 이 사실도 국내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마나 조금이라도 성과를 내서 다행입니다. 이제는 막걸리 효모를 연구할 생각이에요. 효모는 비타민의 보고입니다. 전통적인 소재이면서 다양한 스토리텔링을 가진 막걸리를 바이오테크놀로지로 개발하면 포텐셜(Potential)이 크다고 봅니다. 또 ‘효모냐’라고 할지 모르지만, 그게 아니에요. 우리나라 문화는 자기 일을 평생 동안 할 수 있도록 ‘허락’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전문 분야를 집요하게 파고 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끝까지 ‘효모’라는 주제를 놓지 않을 겁니다.(박 교수는 지난 5월 17일 대한화장품학회 춘계 학술대회에서 키노트 강의를 맡았다. 주제는 ‘세라마이드 연구개발의 역사(1995~2019)’였다. 이제, 세라마이드 1단계 연구를 끝냈을 뿐이다.


박장서 교수가 걸어온 길

학력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미생물학과(학사) △미국 University of California, Davis(UC Davis, 박사, 미생물학 전공)

경력 △1981~1989 두산연구소 연구원 △2000.01~2005.09 두산바이오텍(두산R&D센터) 전문위원 △2004.01~2005.02 두산바이오텍 연구소장 △2005.03~2006.02 연세대학교 생물소재공학과정 겸임교수 △2005.09~2019.07 동국대학교 화공생물학과 교수

학회활동 △2006. 01~ 한국생물공학회 회원 △2010.10~2012.10 한국피부장벽학회 회장 △2010.03~2010.10 보건복지부 보건의료기술정책심의위원회 분야별 전문위원 △2013.04~대한화장품학회 부회장 △2010.12~2018.10 보건복지부 글로벌코스메틱연구개발사업단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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