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뷰티 플랫폼 ‘푸라하(Furaha)’ 고유영 대표
아프리카 뷰티 플랫폼 ‘푸라하(Furaha)’ 고유영 대표

[더케이뷰티사이언스]  인천공항에서 아프리카(Africa) 대륙 나이지리아 남서부에 위치한 라고스(Lagos)까지 항공료는 얼마일까? 항공사와 일정에 따라 제각각이겠지만 지난 6월 28일 오후 5시 50분 아시아나항공을 이용하면 편도 요금 76만9924원(베이징, 카이로 경유 2회, 비행시간 27시간30분)이면 가능하다. 같은날 오후 7시25분 아시아나항공으로 베트남을 간다면 편도 요금 30만3000원(직항, 비행시간 5시간15분)이 들어간다. 나이지리아와 베트남을 가는데 비행 요금만 따져보면 2배 가량 차이다. 하지만 아프리카 나이지리아는 우리에겐 더 멀리 있는 ‘위험한’ 장소일 뿐이다. 그러다보니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먼 ‘대륙’일 것이라고 섣불리 판단하기도 한다. 어쩌면 관심이 없던 ‘미지의 땅’이 아니었을까? 얼마전 『아프리카에서 화장품 파는 여자』라는 제목의 책을 낸 아프리카 뷰티 플랫폼 ‘푸라하(Furaha)’ 고유영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국내 화장품업계 관계자들과 얘기를 나눠보면 아프리카에 대해 막연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아프리카에 진출하고 싶다고 하면서도 비행 요금이나 아프리카 문화 등에 대해서는 알아본 적도 없더군요. 지금 아프리카에는 일본, 중국 화장품 기업도 많이 진출하고 있어요. 아프리카에도 ‘한류’ 바람이 부는데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아야 할텐데요.”

책을 내고, 사업 준비를 위해 잠시 한국에 머물고 있는 고유영 대표를 만나, 아프리카에서 화장품을 파는 법을 물었다.

Q. 체코 프라하(Praha)인줄 알았는데 푸라하(Furaha)네요.

A. 많이 들었어요.(웃음) 푸라하는 스와힐리어로 ‘행복’이라는 말이에요. 킬리만자로를 등반할 때 신나게 떠들고 있는 저에게 현지인들이 붙여준 별명이었어요. 푸라하는 2016월 9월 26일 창업했어요. 아프리카 비즈니스 플랫폼(한국-나이지리아 비즈니스 플랫폼)인 스타트업인데요. 전시 대행과 입점 대행이 주력 사업이에요. 광고대행업과 여행업도 진행해요. 다만 현재 판매하는 제품은 ‘아프리카 티트리(TEA TREE) 마스크팩’이에요. 나이지리아 비즈니스 문화에 맞추려다 보니 자사 브랜드 론칭 후 신뢰를 키우며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성장하려고 해요. 직원은 국내에 한국인 1명과 나이지리아에 현지인 3명입니다.

Q. 아프리카에서 창업한 이유는.

A. 아프리카를 여행하면서 아이디어가 떠올랐는데요. 2016년 해발 5895m인 킬리만자로를 오르고 나서 자신감을 가졌어요. 아시아와 완전히 다른 문화에 매력도 느꼈어요(고유영 대표는 나이지리아에서 태어난 마비스와 2017년 12월 결혼했고, 2018년 11월 KBS ‘인간극장’에서 남편과의 러브 스토리가 방영됐다). 화장품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에티오피아에서 한 부유한 집 결혼식에 초대를 받아서 갔는데 신부가 피부 표백제를 사용해 얼굴이 상하는 모습을 보면서에요. 아프리카 여성들에게 합리적인 한국 화장품을 소개하고, 뷰티 서비스를 제공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지금도 아프리카 여성들의 피부 표백이 국가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어요. 최근 아프리카 몇몇 국가에서는 미백(표백)제품 금지령을 내렸다고 하지만, 여성들은 계속 사용할 거에요. 출처가 불분명한 피부표백제품은 사용을 금지하는게 맞다고 생각하지만, 여성들이 직접 깨닫고 직접 실천할 수 있도록 캠페인과 같은 방법이 더 좋을 듯 해요. 무엇보다 흑인 피부의 아름다움을 알려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Q. 아프리카는 위험하지 않나요.

A. 하지말라는 일을 하면 위험해요. 밤늦게 돌아다니거나 인종차별 등 편견을 가지고 행동하면 위험합니다. 하지만 안전수칙을 잘 지키면 안전하다고 생각합니다. 위생은 개인이 잘 지켜야 하고요. 예방접종은 기본이고, 항상 청결을 유지해야 합니다.

Q. 제품은 어떻게 만들고, 판매하는지.

A. 한국에서 OEM 방식을 통해 제작하고 있어요. 초반에는 항공물류로 운송했고, 현지 매니저가 물류를 담당하고 있지요. 온라인 쇼핑몰과 오프라인(마트)에서도 판매중입니다. 현재는 나이지리아에서만 팔고 있고요.

Q. 아프리카에서 화장품 사업을 하려면 어떤게 중요한가요.

A. 현지를 알아야 해요.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전화만 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직접 경험해야 합니다. 현지 사람들을 이해하는 방법도 배워야 하고요. 언어는 물론이고, 비즈니스 문화를 배우고 현장 지식에 맞는 방법을 직접 터득해야 합니다. 저에게 다 가르쳐 달라고만 하지 마시고요.(웃음) 그러니까 시장조사에는 비용이 필요해요. 비용을 쓰지 않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에요. 해외전시회나 무역사절단에 참여해 현장을 경험하고 지역에 필요한 제품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내심도 필요하고요. 무엇보다 재고를 털어버리기 위해 아프리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아니라 아프리카 현지 환경에 맞는 커스터마이징 제품을 개발해야 해요. (아프리카에는 54개의 공식 국가가 있다)

Q. 아프리카에도 해외 기업이 많은가요.

A. House of tara, Zaron, Arami 등 현지 브랜드도 많이 생겼고 해외 합작 브랜드도 론칭되고 있어요. 로레알, 랑콤, 클라란스, 니베아, 맥(MAC), 아벤느와 같은 미국, 유럽, 인도의 해외 유명 제품도 수입되고 있어요. 중국은 ‘일대일로(One Belt, One Road)’ 사업을 통해 아프리카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어요. 모두 활발하게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데요. 아직 선두기업을 콕 짚어 얘기하기는 어렵네요. 다만 나이지리아의 인구가 2억명이니까 선호하는 브랜드와 품목이 다양하다고 생각해요.

Q. 앞으로의 꿈은.

A. 올 하반기에는 나이지리아 수도인 아부자에 소규모 ‘K-BEAUTY DRUG STORE’를 오픈하려고 해요. 행정 절차를 진행중인데요, 나이지리아에서 일처리를 늦게 해주고 있네요, 그 점이 늘 아쉽습니다. (웃음) 앞으로는 CSR 활동을 통해 경험을 쌓으면서 국내 뷰티 관련 청년 인재들과 협업해 저소득 여성들을 대상으로 아프리카에 뷰티스쿨을 개원하는 것이 목표입니다.(고 대표에게 아프리카 시장에 진출하면 가능성이 있느냐고 다시 물었다. “아직은 가능성이 더 많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고 대표는 『아프리카에서 화장품 파는 여자』에서 “내가 본 아프리카는 1차 산업과 4차 산업이 공존하는 곳이다. 은행 계좌 없이 핸드폰 번호만으로 돈을 송금하는 핀테크 기술의 발생지가 케냐임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194쪽)고 적었다. 고 대표는 오는 9월 나이지리아에 갔다가 2020년 1~2월쯤 한국에 잠시 머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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