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랜드 이옥섭 부회장(THE K BEAUTY SCIENCE 감수위원장)
[더케이뷰티사이언스] 이옥섭. 43년을 오직 화장품 연구 한 길에 종사해오고 있는 한국을 대표하는 화장품 과학자다.
1976년 태평양 연구소(현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 입사 후 2000년 기술연구원 원장에 오르기까지 57건의 특허와 30여건에 이르는 논문을 국내외에 발표했다. 대한화장품학회장과 세계화장품학회 회장단 멤버를 역임하며 한국 화장품연구의 세계화를 위해 힘썼다. 현재 대한화장품학회 명예회장이자 한국공업화학회평의원, 산업기술진흥협회의 CTO클럽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특허대상(2000년 특허청) △장영실상(2000년 과학기술부) △대통령표창(2002년) △보건기술대전 보건복지부 장관상(2003년) △대한민국 10대 기술상(2004년 산업자원부) △한국 100대기술의 주역(공학한림원) △제1회 이의갑상(2013년 공업화학회) 등을 수상했다.
이옥섭 SK바이오랜드 부회장(본지 감수위원장)에게 K뷰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들었다.
Q. 대한민국 화장품의 연구개발은 어떤 과정으로 발달되어 왔나요.
A. 해방 이후 1950년대에는 한국에 주둔하던 미군에 의해 들여온 화장품이 큰 인기를 얻던 시절입니다. 화장품을 만들 수 있는 원료를 구하기 힘든 시절인 만큼 한국에는 화장품 연구라는 개념이 거의 없었다고 보면 됩니다.
1960년대로 접어들며 한국 정부가 ‘부정외래품 방지법’을 제정하며 술과 담배 및 화장품 수입을 금지시킵니다. 이 때 한국 화장품산업은 크게 발전하게 됩니다. 그 시절 화장품 연구는 크림이나 로션 성분이 서로 분리되지 않도록 만드는 수준이었습니다.
1970년대에는 사용감이 좋은 기초화장품 개발과 메이크업 제품 사용이 늘면서 품질향상이라는 개념이 도입된 시기입니다.
1980년대에는 생명공학 기술이 발전하며 화장품 연구에 바이오라는 개념이 접목됐고 안전성이 화장품 연구의 중요한 목표로 등장하게 됩니다. 또 한국 정부의 수입자유화 조치로 세계 유명화장품 브랜드와의 무한경쟁 시대를 맞게 됩니다. 한국 화장품 산업은 외국 제품과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연구개발 부문에 대한 투자를 크게 늘리게 되고 결국 이 시기에 큰 발전을 이루게 됩니다.
1990년대 화장품 연구는 효능이 있는 기능성화장품 개발에 초점이 맞춰진 시기입니다. 또 화장품의 판매와 생산이 분리되며 많은 OEM・ODM 회사들이 설립됩니다. OEM・ODM 기업의 등장은 한국 화장품 연구개발 발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2000년대로 접어들며 중국이 한국 화장품의 주요 수출국으로 떠오르며 한국 화장품 연구는 세계인의 피부와 기호를 겨냥한 글로벌화에 눈을 뜨게 됩니다. 이같은 발전과정으로 볼 때 한국 화장품 연구는 앞으로 세계 여러 나라의 법규와 관습을 반영해 세계인이 관심과 흥미를 가질 수 있는 화장품 개발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입니다.
Q. 오늘 날 K뷰티가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얻고 있습니다. 성공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A. 오늘 날 K뷰티의 성공 배경은 여러 요인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이유는 우수한 품질입니다. 오직 품질만이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신념으로 많은 기업이 연구개발에 투자를 기울인 결과입니다.
화장품이 다른 산업에 비해 일찍 시장이 개방된 점도 K뷰티의 성공요인입니다. 자본과 유명세를 무기로 한국시장을 공략하는 유명 수입화장품과 맞서기 위해 한국 화장품은 결국 연구개발에 많은 투자를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 결과 오늘 날 우수한 품질의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됐습니다. 이밖에도 한민족의 뛰어난 예술적 감각과 창조성도 K뷰티의 성공을 이끈 배경이며 경제성장에 따른 국력 향상과 급성장한 중국 화장품시장도 K뷰티의 성공에 일익을 담당했다고 봅니다.
Q. ‘지속가능’이 한국은 물론 세계 화장품산업의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A. ‘지속가능’이란 현 상태를 유지한다는 뜻보다는 지속적인 성장을 의미한다고 봅니다. 기업이 꾸준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향상된 품질의 제품개발, 새로운 유통과 시장개척을 통한 판매 확대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결국 기술 발전을 위한 노력과 시장 및 소비자를 이해하고 분석하는 노력을 꾸준히 추진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탕이 된 단기 및 중・장기 전략이 필요합니다. 이런 노력에 앞서 우선돼야 할 지속가능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건은 바로 ‘정직’입니다. 소비자에게는 물론이고 기업 스스로에게도 정직해야 합니다. 스스로가 인정하지 못하는 제품을 거짓이나 허위로 포장한다면 일시적인 성공은 몰라도 지속가능 성장은 불가능합니다. 결론적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는 노력이 지속가능의 성패를 결정짓는 핵심입니다.
Q. 세계적으로 4차산업혁명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습니다. 화장품산업은 이같은 흐름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A. 4차산업혁명을 얘기할 때 자율주행, 로봇, 블록체인, 인공지능, 공유경제 등의 수많은 키워드가 자주 등장합니다. 서로 다른 분야이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여기에서 필요한 정보를 추출하고 활용하는 기술이라는 점입니다. 화장품산업도 상품과 고객, 생산과 유통, 품질과 판촉 등 시장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이 중 내게 필요한 정보를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우수한 품질과 신시장 개척이라는 알찬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입니다.
Q. 최근 화장품 기술이 눈부신 속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오래도록 화장품을 연구해 오신 전문가로서 미래 화장품에 대한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A. 과학기술이 아주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해마다 새로움을 앞세운 제품들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류의 생활습관과 가치관의 변화는 서서히 진행됩니다. 미래 화장품도 지금의 화장품과 형태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인체의 청결과 미화 그리고 건강이라는 화장품의 속성은 여전히 지속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기술 발전과 비례해 좀 더 효과가 있는 제품, 느낌이 좋은 제품 등 효능과 감성 분야에서 큰 발전이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또 물리적 작용으로 화장품의 효능・효과를 극대화시켜주는 뷰티 디바이스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Q. 오늘 날 화장품 연구자가 지녀야 할 덕목과 자세는 무엇일까요. 전 세계에서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후배들을 위한 조언 부탁드립니다.
A. 화장품 뿐만 아니라 모든 연구자는 자신의 연구를 통해 탄생된 제품에 대한 소비자 반응이 좋을 때 가장 큰 행복과 보람을 느낍니다. 즉 연구자의 최대 목표는 소비자가 인정하는 우수한 품질의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현재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제품을 분석해 여기에 새로운 가치를 추가해야 합니다.
즉 현재 인기 있는 제품보다 더 나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분야를 어떤 방법으로 연구해야 할지를 찾는 창조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또 단순히 제품을 만드는데 그치지 말고 소비자의 반응을 살펴야 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다 보면 본인이 감동하고 인정하는 제품이 탄생될 것입니다. 자신의 감동이 소비자의 감동과 결합될 때 비로소 명품이 탄생됩니다. 좋은 제품을 찾아 연구하고 더 나은 제품을 만드는 노력, 이것이 바로 자신과 회사 나아가 국가를 성공으로 이끄는 길입니다.
Q. 여전히 여러 분야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향후 계획이 궁금합니다.
A. 당분간 화장품이나 식품 소재 개발에 주력할 생각입니다. 나아가 앞으로는 오랜 세월 축적된 노하우와 경험을 후배들에게 전달해 고객이 만족하는 제품개발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명품을 만들고 싶은 생각도 있습니다.
Q. 인터뷰를 마무리 하려고 합니다. 특별히 하실 말씀이 있으면 부탁드립니다.
A. 우리가 삶을 유지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의식주는 따지고 보면 모두 다른 사람이 만들어 내게 제공해주는 것입니다. 우리는 의식하지 못하지만 수많은 타인들의 도움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도 다른 사람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화장품 연구자로서 다른 사람에게 받은 도움을 조금이라도 보답하는 길은 고객을 감동시킬 수 있는 좋은 화장품을 만드는 일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