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콜마 기초화장품연구소 박창희 선임연구원

츠타야, 그 수수께끼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미디어 상점” 마스다 무네아키, 가와시마 요코 지음 / 이미경 옮김 / 288쪽 / 베가북스 / 1만5000원
츠타야, 그 수수께끼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미디어 상점” 마스다 무네아키, 가와시마 요코 지음 / 이미경 옮김 / 288쪽 / 베가북스 / 1만5000원

[더케이뷰티사이언스]  책방의 변화가 심상치 않다. 맥주 한 잔 하며 책을 읽는 책맥(책+맥주) 책방, 마치 약을 처방해주듯이 내 상황에 따라 ‘책 처방’을 받을 수 있는 책방, 책에 따라 조향된 향수가 같이 배열되어 시향하며 읽을 수 있는 공간 등 책과 관련 없던 이질적 영역이 결합해 새로운 문화를 형성했다. 읽기에만 국한되었던 독서가 오감을 자극하는 놀이로 변화되고 있다. 지금 소비자는 책을 읽는 행위를 넘어 책 자체를 즐기고 있다.

“팔리는 기획을 한다는 것, 고객의 기분으로 생각한다는 것, 다시 찾고 싶은 공간을 만든다는 것”

이런 흐름 속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책방은 일본에 있는 ‘츠타야’다. 츠타야 서점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서점이라는 틀을 쪼개고 재배열했다. 단순히 책을 진열하는 장소가 아닌 소비자에게 ‘제안’하는 장소로 바꿨다. 즉, 서점 운영자가 편리한 방식이 아닌 구매하는 소비자 입장에서 바라보았다. 츠타야 대표 마스다 무네아키는 그의 첫 번째 책 『라이프 스타일을 팔다』에서 ‘고객입장 경영’을 간단하고 명료하게 전달했다. 고객이 누군지, 그들과 어떻게 소통할지, 그리고 그들에게 무엇을 제공할지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을 통해서 답변을 얻어야 한다고. 이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기본원칙으로 삼았던 ‘고객입장 운영방식’은 공간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끝없이 불어나는 정보로 인해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쪽과 받는 쪽 모두 정보가 넘쳐난다. 이런 상황 속에 소비자는 정교하게 자신에게 맞춰진 정보를 원한다. 그 많은 정보 속에서도 자신에게 특화된 맞춤 정보를 원한다. 츠타야는 그 점에 주목했고, 고객들을 세심하게 관찰하면서 진짜 그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큐레이팅으로 제공했다. 단순 큐레이팅이 아닌 프로 관점으로 자신있게 권하고, 고객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추천을 했다. 운영하는 입장에서 이익만을 추구하는 방식이 아닌 고객, 소통, 가치라는 키워드를 녹여낸 츠타야만의 성공방정식을 만들었다.

츠타야는 ‘삶에 필요한 물건’이 아니라 ‘삶 자체’ 즉, 라이프스타일을 상품으로 판매했다. 소비자는 반응했고 그 반증이 바로 지금의 츠타야의 모습이다. 많은 오프라인 서점이 문을 닫고 있는 시점에서 츠타야는 소비자들에게 라이프스타일을 판매하면서 지금까지 그 자리를 지키고 명성을 유지해나가고 있다.

과잉되고 성숙기에 접어든 산업일수록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방향으로 제안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츠타야 대표 마스다 무네아키 역시 지금 산업에서는 ‘제안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며, 고객에게 선택의 기술을 제공하는 능력이 필요해졌다고 강조한다. 그가 말하는 ‘기획’은 고객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며,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은 물건은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지금은 물건이 팔리지 않는 시대다. 소비자가 진짜 원하는 상품이 없기 때문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화장품 산업에서 품질은 상향 평준화되었지만, 대부분 잘 나가는 제품과 비슷한 사용감이 시장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화장품 산업에서 진짜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제안’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판매 사이클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시장을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고민해야 하는 시기이다.

더모코스메틱(Dermo Cosmetic):효능과 안전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다

기존 화장품이 ‘미용’에 초점을 두었다면, 지금은 피부를 ‘보호’하고‘ 회복’시키는데 초점을 맞춘 제품이 많이 출시되고 있다. 봄에만 잘 피하면 됐었던 ‘미세먼지’가 사시사철 걱정해야 하는 불안 요인으로 떠오르고, 환경오염이 악화되면서 피부는 점차 민감하게 변했다. 더욱이 가습기 살균제, 생리대 문제와 같이 생활용품에서 발견되는 화학물질 이슈로 인해 소비자는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제품에 관심을 돌렸다. 모든 산업에서 ‘안전성’ 이슈가 수면으로 떠올랐고, 화장품 산업 역시 직접적으로 연관된 문제였기 때문에 간과할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일반 제품으로 소비자 니즈를 채울 수 없었던 화장품 분야에서 다른 방향을 모색했고, 더모코스메틱 개념을 제시했다. 의약분야에서 사용하던 효능 성분을 화장품에 담는 아이디어를 생각한 것이다. 오랜 기간 사용해 안전성이 입증되었고, 특정 질환에 대해 자극도 적고 효과도 뛰어남을 여러 데이터를 통해 확인했다. 더모코스메틱은 기존 제품군 보다 안전해 소비자들이 보다 신뢰감을 가지고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었다. 지금은 더모코스메틱 제품은 필수이며, 데일리케어로까지 자리 잡은 시대가 됐다.

모닝 & 이브닝 클렌저: 필요성에 대한 제안이 소비자들의 공감을 얻다

기존 클렌징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주된 관심사는 클렌징력, 자극감, 잔여감이었다. 하지만 피부에 대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시대가 열리며, 아침과 저녁에는 피부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제품으로 클렌징하는 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음이 소비자의 공감을 얻었다. 잠자는 동안 쌓인 노폐물과 각질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아침에는 딥클렌징보다 가볍고 마일드하게 씻어주는 것이 오히려 피부에 도움이 되며, 저녁에는 사회활동 및 각종 오염물질로 오염되어 있기 때문에 높은 세정력과 이를 보완해줄 수 있는 깊은 보습감 등이 필요했다. 이렇게 아침용 저녁용 세안제를 시장에 선보였고 소비자는 ‘공감’을 표시했다. 클렌징제품 뿐만 아니라 기초 화장품 제품에서도 아침, 사회활동을 한참 하는 오후 시간 그리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저녁 시간대마다 다른 제품을 선보였고 시장에서는 필요성에 대한 반응을 보였다.

연구원은 새로운 기술과 시장에 없던 제형을 선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비자의 니즈를 무시하고 무작정 새로운 것을 만드는 건 이제 무의미하다. 소비자가 진정으로 공감할 수 있는 포인트를 생각해야한다. 지금은 연구원도 마케팅과 같이 소비자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하는 능력이 필요한 시대다. 소비자가 공감할 수 있는 포인트를 찾아 설득할 수 있는 연결고리로 맺는 순간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할 수 있는 것이다.


박창희 한국콜마 기초화장품연구소 선임연구원

한국콜마에 입사후 사내 독서프로그램을 통해 연간 100여권의 책을 읽으면서 사내 다독왕을 거머쥐었다. 이종서 콘텐츠 기획 에이전시 휴먼에너지 대표와 함께 2018년 1월 ‘책 읽기가 필요하지 않은 지금은 없다’(나비의활주로)를 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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