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맥스 R&I센터 이노베이션랩 이준배 랩장

Ⅰ 액정이란?

고체는 열을 가하여 용융점 이상이 되면 보통 액체로 상이 변한다. 그러나 어떤 물질들은 이 과정에서 고체와 액체의 두 가지 물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어떤 물질이 특정 온도 또는 농도 영역에서 고체(구조)와 액체(흐름성)의 성질을 모두 가질 때 액정(Liquid crystal)상이라고 부른다. 액정은 중간(Intermediate)을 뜻하는 Mesos와 형태(Form)를 뜻하는 Morphe로부터 Mesomorphic state 또는 Mesophase라고 불리기도 한다(그림 1). 액정은 그 형성 기작에 의해 두 가지로 분류된다. 온도상승에 의한 분자 운동성 증가로 생성되는 액정을 열방성(Thermotropic) 액정이라 하고, 물과 같은 용매에 의한 분자 운동성 증가로 생성되는 액정을 친액성(Lyotropic) 액정이라 한다. 열방성 액정의 분자구조는 중심에 대체로 Biphenyl-기와 같은 단단한 부분과 양 말단에 탄화수소사슬(Hydrocarbon chain)과 같은 유연한 부분으로 구성되며, 보통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많이 이용된다. 한편, 친액성 액정 분자는 계면활성제와 같이 소수기와 친수기로 이루어져 있으며, 화장품과 같은 콜로이드 분야에서 많이 이용된다.

계면활성제에 의해서 발현되는 액정은 분자가 배향될 때 생기는 곡률 및 임계 충진 인자(Critical Packing Parameter; CPP)에 의해 결정된다. 저농도 계면활성제 조건에서 소수기는 공기/물 계면에서 공기 쪽으로 배향하려고 한다. 이 때, 계면활성제 농도를 점점 올리면 소수기가 점점 공기/물 계면에서 일정한 방향으로 규칙적으로 배향하게 된다. 계면활성제 농도가 점점 증가하여 공기/물 계면이 포화될 경우, 계면활성제는 마이셀 구조를 형성하게 되고, 이때의 농도를 임계 마이셀 농도(Critical Micelle Concentration; CMC)라 한다. CMC는 계면활성제의 구조에 의해 결정되는 특성치가 된다. CMC 이상에서 마이셀 수는 증가하지만, 용해되는 계면활성제 농도는 CMC와 비슷하여 표면 흡착량도 변하지 않기 때문에 CMC 이상에서 표면장력은 일정해진다(그림 2). 한편, 마이셀 형성 후 계속하여 계면활성제가 증가하면 CPP가 증가하게 되고, 그림 3과 같이 6방정(Hexagonal), 라멜라(Lamellar) 및 역6방정(Reverse hexagonal)을 거쳐 역마이셀(Reverse micelle) 구조로 변하게 된다[1].

그림 1. 고체, 액정, 액체의 분자 배열도 모식도.
그림 1. 고체, 액정, 액체의 분자 배열도 모식도.
그림 2. 농도 별 계면활성제 표면장력 및 마이셀 형성 모식도. (자료: www.kruss-scientific.com)
그림 2. 농도 별 계면활성제 표면장력 및 마이셀 형성 모식도. (자료: www.kruss-scientific.com)
그림 3. CPP 및 그에 따른 친액성 액정의 상변화 모식도. (자료: Reference 1의 그림 2를 재구성함
그림 3. CPP 및 그에 따른 친액성 액정의 상변화 모식도. (자료: Reference 1의 그림 2를 재구성함
그림 4. 액정 발견의 단서가 된 Cholesteryl benzoate 구조식(左) 및 온도에 따른 외관(右). (자료: https://schoolbag.info/chemistry/central/105.html)
그림 4. 액정 발견의 단서가 된 Cholesteryl benzoate 구조식(左) 및 온도에 따른 외관(右). (자료: https://schoolbag.info/chemistry/central/105.html)
그림 5. 오토 레만의 Heating stage가 있는 편광 현미경(왼쪽) 및 145°C 에서의 편광 이미지(오른쪽). (왼쪽 이미지 자료: Short notes on the early history of liquid crystals 1888-1922)
그림 5. 오토 레만의 Heating stage가 있는 편광 현미경(왼쪽) 및 145°C 에서의 편광 이미지(오른쪽). (왼쪽 이미지 자료: Short notes on the early history of liquid crystals 1888-1922)
그림 6. 프리드리히 라이니처(왼쪽)와 오토 레만(오른쪽).
그림 6. 프리드리히 라이니처(왼쪽)와 오토 레만(오른쪽).

Ⅱ 액정연구의 역사

1888년 오스트리아 식물학자 프리드리히 라이니처(Friedrich Reinitzer)는 당근의 주요 성분 중 콜레스테릴 벤조에이트(Cholesteryl benzoate)를 연구하던 중 특이한 현상을 발견하였다. 상온에서 고체인 이 물질을 가열하면 그림 4와 같이 145°C 부근에서 녹으면서 불투명한 액체가 되고, 계속 가열하게 되면 179°C에서 다시 투명한 액체로 변하였다[2]. 라이니처는 이 연구를 계속하기 위해 결정상 연구로 유명했던 독일의 물리학자 오토 레만(Otto Lehmann)과 협업을 하게 된다. 라이니처의 샘플을 전달받은 레만은 온도 조절이 가능한 편광현미경을 고안하였고, 이를 이용하여 145°C 부근에서 뿌연 액체 가운데 존재하는 미량의 결정을 발견하였다(그림 5). 이를 통해 두 사람은 콜레스테릴 벤조에이트의 두 개의 녹는점 특성을 확인하였다[3].

하지만, 라이니처와 레만의 공동연구는 순탄하지 못했다. 편광현미경을 보유한 레만은 1890~1900년 사이에 독자적으로 많은 후속연구 논문을 발표하였고, 1908년에는 액정 연구의 공이 전적으로 자신에게 있음을 주장하였다[4]. 이에 대해 라이니처는 같은 해 같은 저널에 같은 제목의 논문을 통해 액정 개념은 본인의 시료를 연구한 레만에 의한 것이 맞지만, 본인 또한 이 연구에 많은 공헌을 하였기 때문에 액정의 발견자는 본인이라는 주장을 하기에 이르렀다[5]. 레만과 라이니처 사이의 액정 연구 원조 논란과 더불어 당대의 독일 과학자들을 중심으로 액정 연구의 진실성에 대한 많은 논란이 제기되었다. 먼저 퀸케(Quincke)와 타만(Tammann)은 레만이 사용한 시료가 순물질이 아닌 두 가지 혼합물이기 때문에 당연히 두 가지 녹는점이 존재한다고 주장을 하였다. 또한, 퀸케와 불프(Wulff)는 레만의 액정상은 결정물질이 액체에 분산된 서스펜션(Suspension)으로 단순한 콜로이드 현상이라고 폄하하였다. 또한, 145°C 부근의 현탁한 외관은 입자에 의한 산란현상으로 페인트의 불투명한 외관과 같은 이유라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반론들은 액정상에 대한 레만의 연구결과를 뒤집지는 못하였다[6].

그림 7. 액정 에멀전의 모티브가 된 Ekwall의 soap-water 시스템(왼쪽) 및 Frieberg의 3相 에멀전 (후에 액정 에멀전으로 명명) 편광이미지(오른쪽).
그림 7. 액정 에멀전의 모티브가 된 Ekwall의 soap-water 시스템(왼쪽) 및 Frieberg의 3相 에멀전 (후에 액정 에멀전으로 명명) 편광이미지(오른쪽).

한편, 독일 화학자 가터만(Gattermann)과 리츠케(Ritschke)는 레만의 액정에서 혼합물 이슈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순물질을 합성하고, 이의 액정상 거동을 규명함으로써 액정상 연구를 지지하였다[7]. 한편, 프리델(Friedel)은 액정상을 네마틱(Nematic), 스멕틱(Smectic) 및 콜레스테릭(Cholesteric)으로 구분하였으며, 색먼(Sackmann)은 상태도와 질감 형태를 엄밀하게 검토하여 스멕틱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였다[8]. 이후 액정상은 2차 세계대전 무렵까지 활발하게 연구되었지만, 종전과 함께 갑자기 관심들이 사라져 버렸다. 그러던 중, 미국 켄트 주립 대학의 글렌 브라운(Glenn Brown)이 1957년 액정상에 대한 리뷰 논문을 게재하였고, 1958년 영국의 패러데이(Faraday) 학회에서 액정 학회를 개최하였다. 이후, 액정은 디스플레이 부분에서 활발한 연구가 수행되었다[9].

Ⅲ 에멀전 안정화를 위한 액정 기술의 도입

화장품 분야 액정 연구의 초기 목적은 에멀전 안정화였다. 1960년대까지 응집, 합일 등 에멀전의 불안정 요인에 대한 안정화 연구는 매우 도전적인 분야였다. 그러던 중, 1968년 영국의 에크웰(Ekwall)은 특정 pH에서 층상구조를 갖는 Soap-water 시스템(그림 7 왼쪽)에 대한 상평형 논문을 발표하였다[10]. 이 연구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미국의 프리버그(Frieberg)는 기존의 물과 오일로 구성된 2상(Phase) 에멀전에 제 3상으로 지방산(Fatty acid)이 도입되면 에멀전이 안정화된다는 것을 발견한다(그림 7 오른쪽). 이것은 후에 액정 에멀전으로 명명된다. 프리버그는 O/W 계면에서 계면활성제 분자들과 지방산 분자들이 고차 구조를 형성하고, 이렇게 잘 조직화된 구조(후에 멀티 라멜라 구조로 밝혀짐)에 의해 O/W 제형이 안정화된다는 기작을 발견하였다[11-15].

비록 프리버그에 의해 액정 에멀전이 제안되었지만, 액정 에멀전의 체계적인 연구는 시세이도 후쿠시마(Fukushima) 박사에 의해 수행되었다. 그는 O/W 에멀전에 세틸알코올(1-Hexadecanol, C16OH) 또는 스테아릴알코올(1-Octadecanol, C18OH)을 단독 사용하는 것보다 일정한 조합으로 사용할 때 에멀전 안정도가 향상되는 것을 증명하였다. 또한, 이 현상이 고급알코올의 온도에 따른 결정다형(Poly-morphism)과 관련이 있다는 추론을 제안하였다. 그림 8에서와 같이 세틸알코올 또는 스테아릴알코올을 단독으로 사용한 O/W 에멀전은 제조 직후에는 결정상을 의미하는 회절 피크가 없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회절 피크가 생겨나는 것이 관찰되었다. 이러한 회절피크는 고급 알코올의 재결정에 의한 것으로 브래그(Bragg) 계산식을 통해 모두 베타구조(β-form)임을 확인하였다. 하지만, 세틸알코올과 스테아릴알코올을 적절한 비율로 혼용시에는 이러한 베타구조 형태의 결정피크가 발생하지 않았다[16].

그림 8. 25°C에서 세틸알코올 및 스테아릴알코올 단독 함유 O/W 에멀전에서의 X선 회절 패턴의 경시변화. (a): 제조직후, (b): 2일 경과 후, (c): 1주일 경과 후, (d) 1달 경과 후
그림 8. 25°C에서 세틸알코올 및 스테아릴알코올 단독 함유 O/W 에멀전에서의 X선 회절 패턴의 경시변화. (a): 제조직후, (b): 2일 경과 후, (c): 1주일 경과 후, (d) 1달 경과 후
그림 9. 세틸알코올(C16OH),스테아릴알코올(C18OH)및 세틸알코올:스테아릴알코올의 3:2 혼합체에서 물 조성비 변화에 따른 녹는점 및 전이온도 변화.
그림 9. 세틸알코올(C16OH),스테아릴알코올(C18OH)및 세틸알코올:스테아릴알코올의 3:2 혼합체에서 물 조성비 변화에 따른 녹는점 및 전이온도 변화.
그림 10. 고급 알코올의 β 및 감마구조에서의 결정 구조 모식도
그림 10. 고급 알코올의 β 및 감마구조에서의 결정 구조 모식도

또한, 후쿠시마는 ‘고급알코올의 융점과 전이점에서 물의 영향’이라는 논문을 통해 세틸알코올, 스테아릴알코올 및 그들의 3:2 혼합물의 전이온도와 상거동 연구를 발표하였다. 세틸알코올은 건조 상태에서 고온 안정형 결정인 알파구조(α-form) 온도 구간이 43~50 ºC이고, 스테아릴알코올은 52~59ºC이었다. 한편, 5% 이상의 물이 포함된 조건에서는 세틸알코올과 스테아릴알코올의 알파구조 온도 구간은 각각 31~52ºC 및 41~60ºC 이었다. 한편, 세틸알코올과 스테아릴알코올을 3:2로 혼합한 경우, 건조 및 5% 이상 물 포함 조건에서의 알파구조 온도 구간은 단독 사용한 것보다 현저하게 증가하였다(그림 9). 이것은 서로 다른 길이의 탄화수소(Hydrocarbon)가 혼합될 때 반데르 발스(Van der Waals)인력 증가로 인하여 탄화수소 결정화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액정상 영역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17].

고급 알코올이 녹기 시작하는 고온의 알파구조는 안정한 결정구조를 갖는다. 또한, 알파구조를 지나면서 6방정 구조에 촘촘하게 패킹(Packing)되어 운동성이 전혀 없는 탄화수소사슬들은 조금씩 풀리게 되고, 결국 분자의 장축 방향에 대해 회전운동을 하게 된다. 이러한 탄화수소사슬의 장축 방향 회전 운동이 액정 상 특징을 나타내게 된다[18]. 한편, 더 낮은 온도에서는 결정상인 β와 감마구조(γ-form)가 생성된다. 이때의 탄화수소사슬은 알파구조와 달리 장축 방향의 회전이 없는 결정상을 보이게 된다. 또한, 베타구조와 달리 감마구조에서는 그림 10과 같이 탄화수소사슬이 기울어져 존재한다[19]. 또한, 베타구조가 과량으로 존재하지만, 감마구조도 공존한다고 알려져 있다. 고급알코올의 α-β 전이온도는 물 존재 시 낮아지고, 결정은 종종 제한된 스웰링(Swelling)을 보여준다[20]. 이렇게 수화된 결정은 보통 겔 상으로 고려되지 않는다. 이는 삼투압 균형을 맞추는 지질층 사이에서 반데르 발스 인력에 의해 스웰링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물에서 마이크로 결정들이 분산되면 그림 11(b)와 같이 된다[21].

그림 11을 통해 그간 액정 에멀전 정의에 대해 일부 혼동이 있었음을 시인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 고급 알코올과 계면활성제로 만든 에멀전 중 편광현미경에서 그림 12처럼 몰타 십자(Maltese cross) 무늬가 보여지면 액정 에멀전이라 지칭했었다. 하지만, 그림 11에 의하면 이것은 팽윤 액정인지 팽윤 겔인지 모호하다. 만약 실온보다 낮은 TC라면, 실온에서 액정상이라 할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TC일 경우 액정상이 아닌 팽윤 겔상이라 할 수 있다. 고급 알코올 또는 계면활성제 단독으로는 그림 11에서와 같은 겔상을 만드는 것이 어렵다. 이와 달리 고급 알코올과 계면활성제를 혼용하여 에멀전을 만들면, 그림 11(c)와 같이 라멜라 구조 사이에서 물이 팽윤된 상태로 존재한다.

Ⅳ 액정 에멀전의 산업적 응용

에멀전 제형의 경시 안정성 향상을 위해 도입된 액정 에멀전은 1980년대 들어 다양한 점증제 및 계면활성제 개발로 그 가치가 점점 퇴색됐다. 제형 안정성을 위해 사용되는 많은 양의 고급 알코올은 소비자의 사용감 만족도를 결코 충족시켜 줄 수 없었다. 또한, 과량의 고급 알코올에 의한 결정 석출은 고질적인 문제이기도 했다. 이러한 가운데 1993년 일본 가오 연구진을 중심으로 액정 에멀전의 새로운 활용도가 제안되었다. 가오의 스즈키 토시유키 박사는 먼저 인체 피부의 각질 세포간 지질에 주목하였다. 각질 세포간 지질은 세라마이드가 주성분인 양친매성 지질로 특히 각질층의 분자집합체인 라멜라 구조를 형성하여 그 안에 결합수 형태로 수분을 유지시킨다[22-24]. 따라서, 이러한 지질을 화장품에 적용시킨다면 각질층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우수한 성능의 화장품 개발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였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천연 세라마이드 원료가 없었기 때문에 그림 13와 같이 유사 세라마이드를 합성하여 멀티 라멜라 구조 에멀전 (그림 14)을 제조하고, 임상평가를 통해 피부각질층 수분 유지 개선을 통해 기존 화장품보다 피부장벽효과에 좀 더 우수한 화장품임을 임상적으로 검증하였다[25].

그림 11. 탄화수소 녹는점(Tc)부근에서 계면활성제 수용액의 상거동 모식도. (a) 친수계 계면활성제 단독 존재: Tc이하에서는 결정상, Tc이상에서는 액정상(b) 고급알코올 단독 존재: Tc이하에서는 코어겔, Tc이상에서는 용융상태(c) 고급알코올 및 소량 계면활성제 혼합: Tc이하에서는 팽윤 겔상, Tc이상에서는 팽윤 액정상
그림 11. 탄화수소 녹는점(Tc)부근에서 계면활성제 수용액의 상거동 모식도. (a) 친수계 계면활성제 단독 존재: Tc이하에서는 결정상, Tc이상에서는 액정상(b) 고급알코올 단독 존재: Tc이하에서는 코어겔, Tc이상에서는 용융상태(c) 고급알코올 및 소량 계면활성제 혼합: Tc이하에서는 팽윤 겔상, Tc이상에서는 팽윤 액정상
그림 12. 편광현미경으로 관찰한 멀티 라멜라 구조 에멀전 이방성 이미지. (자료: 코스맥스).
그림 12. 편광현미경으로 관찰한 멀티 라멜라 구조 에멀전 이방성 이미지. (자료: 코스맥스).
그림 13. 천연 세라마이드(위쪽)와 합성 유사 세라마이드(아래쪽).
그림 13. 천연 세라마이드(위쪽)와 합성 유사 세라마이드(아래쪽).
그림 14. 가오의 멀티 라멜라 에멀전 외관(왼쪽), 편광 현미경 이미지(가운데) 및 전자현미경 이미지(오른쪽).
그림 14. 가오의 멀티 라멜라 에멀전 외관(왼쪽), 편광 현미경 이미지(가운데) 및 전자현미경 이미지(오른쪽).
그림 15. in vitro Franz diffusion cell을 이용한 O/W 및 액정 에멀전 피부흡수 평가. 소수성 성분 Dioic acid(위쪽) 및 친수성 성분 Propagermanium(아래쪽).
그림 15. in vitro Franz diffusion cell을 이용한 O/W 및 액정 에멀전 피부흡수 평가. 소수성 성분 Dioic acid(위쪽) 및 친수성 성분 Propagermanium(아래쪽).
그림 16. in vivo 피부흡수 임상평가. 액정 에멀전(왼쪽) 및 O/W 에멀전(오른쪽).
그림 16. in vivo 피부흡수 임상평가. 액정 에멀전(왼쪽) 및 O/W 에멀전(오른쪽).
그림 17. 액정 에멀전의 다양한 이미지. (a): 전자현미경 이미지, (b): 뮬러 매트릭스 2D, (c): 뮬러 매트릭스 3D, (d): 뮬러 매트릭스 이방성 2D, (e) 이방성 정량분석
그림 17. 액정 에멀전의 다양한 이미지. (a): 전자현미경 이미지, (b): 뮬러 매트릭스 2D, (c): 뮬러 매트릭스 3D, (d): 뮬러 매트릭스 이방성 2D, (e) 이방성 정량분석

피부장벽 개선 효과에 이어 액정 에멀전은 효능물질 피부흡수 촉진을 위한 우수한 피부전달체로도 알려졌다. 네덜란드의 위처스(Wiechers)는 액정 에멀전이 일반 O/W 에멀전보다 피부흡수가 우수함을 연구하였다(그림 15). 건강한 인체 피부에서 각질 세포간 지질은 결정상인 사방정상(Orthorhombic phase)이 대부분이고, 피부 상층부에서는 6방정상(Hexagonal phase)으로 일부 존재한다[26]. 위처스는 액정 에멀전의 액정상은 각질층에서 피부 장벽의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각질 세포간 지질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피부에 존재하는 지질들의 구성비를 변화시켜 효능성분의 피부 흡수를 촉진시킨다는 가설을 제안하였다[27]. 하지만, 위처스의 연구는 in vitro 피부흡수 평가라는 한계가 있었다.

in vitro 피부흡수의 한계는 최근 분석기기의 발달과 더불어 다양한 in vivo 피부흡수 평가법 개발로 극복되었다. 그 가운데 공초점 라만분광기는 효능물질의 피부 속 이동경로를 추적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피부흡수 측정장비로 알려져 있다. 레티닐 팔미테이트를 모델 약물로 하여 일반 O/W 제형과 액정 에멀전을 비교한 결과, 그림 16과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액정 에멀전은 피부 각질세포간지질의 라멜라 구조와 그들의 6정방 및 사정방 패킹 구조모사를 통해 피부와 유사한 화장품 제형을 구현하였다. 이를 통해 각질 세포간 지질과 액정 에멀전 사이의 상호인력으로 효능성분의 피부흡수가 촉진된다는 위처스의 가설을 지지하는 또 하나의 실험적 증거를 보여주었다[28].

Ⅴ 마치며

액정 에멀전은 처음 에멀전 안정화 목적으로 연구가 시작되었다. 그 후, 피부장벽회복 화장품과 효능성분 피부흡수 전달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구가 수행되었다. 연구 초기에는 편광현미경이나 DSC 장비가 전부였지만, 최근에는 전자현미경, X선 장비, 라만 장비, 뮬러 매트릭스 등 다양한 장비가 활용되고 있다. 이 중 뮬러 매트릭스는 엑정 에멀전의 이방성을 정량화 및 시각화시켜 줄 수 있는 흥미로운 장비이다. 원래 뮬러 매트릭스는 LCD의 박막 균일성을 평가하기 위한 장비였지만, 그림 17에서처럼 화장품 분야에서도 그 응용이 가능하다는 것이 증명되었다[28,29].

최근 더마 화장품의 인기에 힘입어 액정 화장품, 특히 액정 에멀전이 다시 한 번 주목을 받게 되었다. 세라마이드와 같은 각질세포간지질 성분들이 더마 화장품의 핵심원료가 되면서 이 성분들을 안정화시키는 제형 기술로 액정 에멀전이 유망하기 때문이다. 세라마이드는 높은 결정성 특성으로 인해 화장품 제형 내에서 안정화되기 쉽지 않지만, 멀티 라멜라 액정상을 이용한 세라마이드 결정화 억제 기술이 개발되기도 하였다. 향후 액정 에멀전은 결정성이 높은 효능성분의 제형화, 불안정한 효능성분의 안정화와 같은 제형 기술 부분에서 많이 연구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열방성 액정 특성을 화장품에 접목하는 새로운 하이브리드 연구, 소재 및 임상평가 등 다양한 후속 연구가 수행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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