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익 교수 대구한의대 힐링산업학부 향산업전공

들어가며

최근 화장품연구의 새로운 방향으로 뇌과학의 접목이나 체감 품질을 통해 소비자의 감성에 어필하는 신제형의 감성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증가되고 있는 추세이다(1,2). 감성화장품은 시각, 후각, 촉각 등 세심한 부분의 차별화된 경험을 통해 제품 또는 브랜드가 ‘고급스럽다’ 또는 ‘좋다’라고 소비자가 느끼게 하는 화장품으로 볼 수 있다(1,3). 시각과 관련된 감성적인 측면은 국내에서도 용기(혹은 패키지) 디자인을 중심으로 다양하게 논문이 발표되고 있다 (4,5,6). 촉각은 압력과 질감을 아우르는 매우 복잡하고 포괄적인 차원의 감각으로서 화장품을 바를 때 느껴지는 미세한 사용감의 차이가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1). 따라서 촉각과 관련된 사용감을 객관적으로 해석하기 위한 시도도 예전부터 다양하게 행해지고 있으며 주로 계면장력(interfacial tension)이나 점탄성(viscoelasticity)과 같은 물리화학적 물성치들을 해석 도구로 활용한다(7,8). 물론 생리활성 기능을 물리적으로 소비자가 빠른 시간내에 체감할 수 있도록 새로운 제형을 설계하는 것도 감성화장품의 중요한 영역이 된다(1,7). 이와 같이 만족도가 높은 감성화장품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모든 감각들이 중요하지만 본 리뷰 논문에서는 향료의 효능이나 후각 기능과 관련하여 발표된 주요 논문과 보고서를 중심으로 살펴봄으로써 후각 관점에서 감성화장품의 소비자 체감 품질을 높이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즉 향료의 효능을 깊이 연구하는 생화학자(biochemist)의 관점이 아니라 감성화장품 제형 개발에 향료를 응용하고자 하는 포뮬레이터(formulator)의 관점에서 후각과 향료의 효능을 리뷰했다는 점을 참조바란다.

후각

“우리는 주위의 찬란한 색깔들을 보고,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다양한 냄새를 맡으면서 세상을 경험하고 인식합니다. 만일 사람이 후각을 잃게 된다면, 삶의 많은 부분을 잃게 될 것입니다. 인생은 무미건조해질 것이고 음식을 먹어도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할 것입니다.”(2004년 노벨의학상 시상 연설 중에서)

2004년 Richard Axel과 Linda B. Buck은 ‘냄새 수용체와 후각 시스템의 구조에 대한 발견’으로 인체 후각계통의 작동 메커니즘을 규명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이 연구는 우선 심리와 생리 현상에 대한 후각 신경의 작용 기전을 밝혔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고 두 번째는 다양한 후각수용체의 자극에 따라 우리가 여러 가지 냄새를 구분할 수 있는 후각 능력을 가졌다는 사실을 규명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된다. 이 연구를 통해 예술적 분야로 분류되었던 향수를 포함한 화장품의 조향 분야에도 후각 연구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후각은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감각의 하나로서 특정한 냄새로 인해 무의식적으로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게 되는 프루스트 효과(The Proust Effect)를 우리는 이따금씩 일상에서 경험하기도 한다(9,10). 세계적 브랜드 컨설팅 기업인 인터브랜드(INTERBRAND)에 의하면, 소비자가 브랜드를 인식할 때 ‘시각’ 다음으로 ‘후각’을 가장 많이 활용한다고 한다(11). 향기를 통한 브랜드 경험은 고객에게 강한 인상을 줄 수 있고 고유한 브랜드 정체성을 알리는데 효과적임을 알 수 있다.

후각 자극을 통한 향료의 기능

향료는 이미 수많은 화장품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원료의 베이스취를 숨겨주는 마스킹(masking)효과나 단순한 방향기능을 넘어 현대인의 스트레스 해소나 정서적 안정 등 적극적인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향료성분이 직접 세포에 작용하는 약리효과에 관한 연구와 향기가 후각을 매개로 뇌를 자극함으로써 발생하는 다양한 심리 및 생리작용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12,13,14,15,16,17).

향료가 나타내는 약리효과를 의미하는 아로마테라피(aromatherapy) 효과로는 항염증작용, 항알레르기작용, 항균작용, 항바이러스작용, 중추진정작용, 항불안작용, 미백작용, 항산화작용 등이 보고되고 있다. 그림1은 실험 동물에 DNCB를 이용하여 아토피성 피부 염증을 유발시킨 후 천연향료와 합성향료를 액상으로 도포(spread)하거나 증기상으로 흡입(inhalation)시킨 후 나타나는 영향을 비만 세포를 통해 살펴본 그림이다(17, 그림1).

그림1. 향료 도포(또는 증기 흡입)시 나타나는 비만세포(mast cell) 활성화
그림1. 향료 도포(또는 증기 흡입)시 나타나는 비만세포(mast cell) 활성화

그림2는 염증인자인 IgE 수준에 미치는 영향을 나타낸다(17, 그림2). 그림2로부터 천연향료(사이프러스 에센셜 오일)와 합성향료 모두 증기 상태로 흡입(inhalation)할 경우 염증수치 가 낮아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림2. 향료 도포(또는 증기 흡입)시 나타나는 IgE 수준
그림2. 향료 도포(또는 증기 흡입)시 나타나는 IgE 수준

그러나 향료를 액체 상태로 피부에 도포할 경우 염증수치가 낮아지는 정도가 증기 상태로 흡입할 때보다 작음을 알 수 있다. 즉 향료를 액체 상태로 도포할 때보다 증기 상태로 흡입할 경우 염증 수치 완화에 더 큰 도움이 됨을 알 수 있다. 향료를 액체 상태로 도포하면 피부에 직접 유효성분이 전달되고 후각으로도 전달이 되므로 증기 상태로 흡입할 때보다 더 효과가 클 것으로 생각되는데 실제 결과는 증기 상태 단독으로 흡입할 때가 더 좋게 나타났다는 점에서 높은 농도의 향료를 함유한 제품은 액상으로 사용되는 형태보다는 증기상으로 사용되는 제형이 기능적인 면에서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물론 모든 향료들에 대해 일반화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이지만 특정 향료의 경우 후각구(olfactory bulb)를 통해 전달될 때 뛰어난 생리적 효과를 나타낼 수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17).

화장품에 응용가능한 향료의 효능

우리나라 화장품법상 향료가 나타내는 약리효과 중 미백이나 항산화 작용을 제외한 의학적 효능을 화장품 분야에 직접 활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이에 비해 향기가 후각을 매개로 뇌를 자극한다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하여 주로 심리적・정신적 영역을 다루는 아로마콜로지(aromachology) 분야의 연구결과는 응용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향기 분자의 화학정보는 후각수용체에서 전기신호로 변화하고 그 후각정보는 대뇌변연계에 전달, 시상하부에서 자율신경, 내분비계, 면역체에 영향을 준다. 따라서 효능이 검증된 향료성분을 선택함으로써 의식의 진정・각성, 스트레스 완화, 면역기능조절, 수면개선, 피로감저하, 피부기능개선 등 화장품법에 정의된 화장품의 범위 밖이지만 화장품이 효능을 나타내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아로마 에센셜 오일이 스트레스를 감소시켜주며 수면의 질을 향상시켜주는 효과가 있음이 밝혀졌고(18) 장미 에센셜 오일이 스트레스로 인한 피부 장벽의 기능회복을 촉진하며 거칠 어진 피부를 개선하는 효과를 나타낸다(19). 또한 향기가 냉온감의 중량감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되고 있는데 페퍼민트 향기는 수분을 차갑게, 바닐라 향기는 따뜻하게 느끼게 하며 경쾌한 향기는 크림의 발림을 가볍게 하고 피부에 잘 펴지는 느낌을 갖게 한다(20,21).

참고로 일본 최대 화장품 회사인 시세이도에서는 우리가 경험적으로 인지하고 있었던 향기의 효용을 과학적 방법으로 증명하려는 아로마콜로지 연구를 1984년에 개시했으며 1980년대에는 향기에 의해 긴장이 완화되고 기분전환을 가져오는 것에 착안하여 향기의 진정・고양효과 연구를 진행했다. 1990년대에는 인체의 생체항상성유지 기능에 착안한 연구로부터 뇌 중추에서 지각된 좋은 향기의 정보가 신경계・내분비계를 통해 신체 각 부분에 영향을 미쳐 생체의 항상성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2000대에는 향기에 의한 교감신경 활성효과 연구를 통해, 교감신경이 활성화되고 중성지방을 연소시키는 새로운 다이어트 효과 이론을 확립하기도 했다(22).

지금까지 아로마테라피와 아로마콜로지 영역은 민간요법 수준으로 폄하되고 후각 연구도 농도 특정 등의 문제로 다른 감각에 비해 연구가 뒤처진 것이 사실이다. 이번 리뷰논문에서 언급한 내용은 매우 작은 범위였지만 현재 후각 연구는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고 화장품 영역에서도 후각을 활용한 향료의 효용성이 커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앞으로 후각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감성화장품 연구개발이 활발해지고 차세대 화장품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하며 이 글을 맺는다.

REFERENCES

1. 박장서 외 20인, K-Cosmetics 글로벌 경쟁력 강화 연구개발사업 최종기획보고서,190-230, 353-375 (2014).

2. P. Huber, Chapter 37:Sensory Measurement—Evaluation and Testing of Cosmetic Products, Cosmetic Science and Technology, Pages 617-633 (2017).

3. Annalisa Tortini, “Sensory” cosmetics: formulation strategies and evaluations in use, H&PC Today - Household and Personal Care Today, 10(6), 52-55 (2015).

4. 손상희, 감성디자인에서 색채에 관한 연구- 화장품을 중심으로-, 디지털디자인학연구, 3, 35-43, (2002).

5. 한정민, 이미아, 강혜승, 국내 중저가 화장품 패키지의 디자인 특성이 브랜드 충성행동에 미치는 영향-감성적 이미지와 기능적 이미지의 이중경로를 중심으로-, 디자인융복합연구, 12(1), 129-142 (2013).

6. 김영록, 화장품 용기디자인에 나타난 감성 요소에 관한 고찰, 디자인과학연구, 4(2), 125-132 (2001).

7. 권영하, 권현준, 랑문정, 이수민, 화장품을 바를 때 피부 마찰계수의 변화와 주관적인 평가와의 상관관계 연구, 감성과학, 8(4), 385-391 (2005).

8. 박찬익, 화장품레올로지, 도서출판성균사, 114-115 (2001).

9. Chu S, Downes JJ, Long live Proust: the odour-cued autobiographical memory bump, Cognition, 75(2), B41-B50 (2000).

10. Herz RS, The Role of Odor-Evoked Memory in Psycological and Physicological Health, Brain Sci., 6(3), doi: 10.3390/brainsci6030022 (2016).

11. Lee Seo-jin, Lee Na-Hyeon, A Study of the Effects A study on the correlation between cosmetics brand image and fragrance recognized by consumers -Focusing on 20s' consumers-, The international society of nail beauty design, 5. 2, 53-68 (2017).

12. Koga, Y., Recent Advances in Event-related Brain Potential Research (Edited by Ogura, C., Koga, Y., Shi-mokochi, M.), Elsevier, 372-378 (1996).

13. Torii S., Perfumery, The Psychology and Biology of Fragrance (Edited by Taller SV, Dodd GH), Chapman Hall, 107-120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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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Mika Fukada Eri Kano Michio Miyoshi Ryoichi Komaki Tatsuo Watanabe, Effect of “Rose Essential Oil” Inhalation on Stress-Induced Skin-Barrier Disruption in Rats and Humans, Chemical Senses, 37(4), 347–356 (2012).

20. McKemy, D.D., Neuhausser, W.M. and Julius, D., Identification of a cold receptor reveals a general role for TRP channels in thermosensation, Nature, 416, 52-58 (2002).

21. Peier, A.M., Moqrich, A., Hergarden, A.C., Reeve, A. J.,Andersson, D.A., Story, G.M., Earley, T. J., Dragoni, I., Mclntyre, P., Bevan, S. and Patapoutian, A. : A TRP channel that senses cold stimuli and menthol, Cell, 108, 705-715 (2002).

22. https://www.shiseidogroup.jp/news/search.html?k1=&k2=%E9%A6%99%E3%82%8A%E3%81%8C%E5%8C%96%E7%B2%A7%E5%93%81&ca=ALL&yf=&mf=&df=&yt=&mt=&dt=&pa=ALL&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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