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콜마 윤동한 회장 『80세 현역 정걸 장군』 출간

한국콜마 윤동한 회장(사진 오른쪽)이 출간한 두 번째 역사경영에세이 『80세 현역 정걸 장군』 사진제공=한국콜마.

[더케이뷰티사이언스] 솔직하게 말하자면, 누구인지 몰랐다.

책 제목은 ‘80세 현역 정걸 장군’인데, 부제는 ‘충무공 이순신의 멘토’라. 충무공(忠武公) 이순신(李舜臣)은 이른바 ‘토착 왜구’도 다 알만한 글로벌 위인이지만, 정걸 장군은…. 더군다나 그가 이순신의 멘토라고?

이 책은 한국콜마 윤동한 회장이 지난해 9월 내놓은 『기업가 문익점』에 이은 두 번째 ‘역사경영에세이’다. 이번에 윤 회장은 이순신(1545~1598) 장군 곁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던 정걸(丁傑, 1514~1597) 장군의 삶을 되짚었다. 구전이야기와 유허비(遺墟碑, 선현들의 자취를 남긴 비) 등을 통해 흩어진 기록을 모았고, 정걸 장군의 고향인 전남 고흥에 찾아갔다. 해군사관학교 이민웅 교수, 순천대학교 이욱 교수의 도움도 받았다.

정걸 장군은 이순신보다 무려 31살이나 많았지만 이순신과 손을 맞잡아 조선의 바다를 지켜냈고, 육지에선 권율을 도와 행주산성에서 왜군을 물리쳤다. 정걸 장군은 29세에 무과에 급제하고, 수군과 육군의 주요 요직을 거쳐 1592년 77세에 전라좌수영 경장(조방장)으로 전장을 이끌었다. ‘판옥선’ 개발과 시험 운행에 어느 정도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윤 회장은 정걸 장군을 이순신 장군의 멘토이며, 나라를 위해 자신의 경험과 지혜를 쏟아 부은 노장이라고 평가했다. 현대 기업의 COO(Chief Operating Officer, 최고실무운영책임자)로도 보았다. 그리고 윤 회장은 500년 전 인물을 통해 포용과 나눔의 리더십을 지닌 정걸과 이를 알아보고 스승으로 모신 이순신의 자세는 오늘날의 관점에서 남녀노소 배워야 할 지점임을 강조한다. 그러니까 젊은 사람들에게 ‘이순신의 존중’을 이야기하고 나이든 사람에게는 ‘정걸의 섬김’을 강조했다.

“필자가 이 책을 집필하고자 했던 연유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조력자를 탐구하기 위함이었다. 그 첫 번째 인물로 정걸 장군을 선택한 것이다. 그런데 정걸 장군은 조력자라기보다는 스승이었고 멘토였다. 이순신은 당대 최고의 전략과 전술을 지닌 백전노장을 스승으로 모셨고, 정걸은 나이와 지위에 연연하지 않으며 출중한 후배를 알아봤다. 영웅은 호걸을 모셨고, 호걸은 영웅을 받들었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정걸에 대해 너무 무관심했다. 이번 기회에 정걸 장군의 생가 터 표지판 하나라도 세워지길 바란다. 안동사의 앞당이 추모의 발길로 반듯해졌으면 좋겠다.”(257쪽)

윤 회장은 정걸 장군와 관련해 유물, 유적이 남은 것이 없고, 교지 34점과 『조선왕조실록』, 『난중일기』, 『견한잡록』에 언급된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정걸 장군의 생가 터로 추정되는 장소는 그 지방의 교회 부지에 편입되었다고 밝혔다. 그리고 정걸 장군의 아들 정연과 손자 정흥록도 왜군과 싸우다 목숨을 잃었는데, 삼대가 모두 순절하면서 가세가 기울자 “그들은 챙겨주는 이가 없어 나라로부터 시호조차 받지 못했다”면서 “필자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했다.

윤 회장은 에필로그에서 다음 집필 계획도 살짝 보여주었다.

“찬란히 빛나는 이순신 장군에 가려 관심을 가지지 못한 측면도 있으나 부족한 기록들을 체계적으로 발굴하지 못한 점도 분명히 있다. 산재해 있을 기록들이 없어지기 전에 서울여해재단이 나서 연구 및 출판활동을 해나갈 계획이다. 나는 이런 활동이 결국 이순신 장군의 업적을 더 풍성하게 해줄 것이라고 믿는다. 이순신 장군의 어머니인 초계 변씨, 나대용, 어영담, 이억기, 배흥립, 정운 등 기라성 같은 위인들이 많이 남아 있다. 독자 여러분의 관심과 사랑을 기대한다.”(259~260쪽)

윤 회장은 뜻을 같이한 기업인들과 사재를 출연해 2017년 이순신의 자(字)인 ‘여해(汝諧)’를 담은 사단법인 서울여해재단을 설립해 기업체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이순신학교’ 등 이순신과 관련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 이순신의 문집인 <이충무공전서>를 철저한 문헌고증을 통해 신뢰할 수 있는 판본을 만드는 정본화(正本化) 사업에 착수했다. 이 사업은 2019년 5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3년6개월 동안 진행할 계획이다.

이 책 뒤쪽에는 ‘정걸-이순신 관련 주요 유적지 및 관련 정보’를 수록해 독자의 발길을 그곳으로 이끌고 있다. “선현이 머무른 자취가 남겨진 곳을 돌아보는 것은 더할 나위 없는 산교육의 장이 될 것”(262쪽)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에는 다양한 사료(史料)가 인용되는데 ‘참고문헌’이 따로 없다. 정사(正史) 논란을 피하기 위해 ‘에세이’로 분류한 듯하고, 에세이니까 참고문헌을 한 군데에 적어두지 않았지 싶다. 그런데 이 책이 ‘참고문헌’이 되지 싶다. 그것보다 이 책의 가치를 말하자면, ‘우리가 미처 관심을 갖지 못한 역사 속 인물을 한 명 한 명 찾아내고, 다시 해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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